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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2/18 고양이들 by 휘발성고양이 (2)
  3. 2007/12/13 노루기의 사진을 들여다보다 by 휘발성고양이 (2)
  4. 2007/11/05 노루기. 소식. by 휘발성고양이 (28)
  5. 2007/07/09 책을 뜯다 by 휘발성고양이 (6)
  6. 2007/06/08 동네고양이 근황 by 휘발성고양이 (8)
  7. 2007/05/24 천상 기지배 by 휘발성고양이 (2)
  8. 2007/04/16 봄의 창가 by 휘발성고양이 (6)
  9. 2004/03/19 고양이의 법칙_1 by 휘발성고양이
  10. 2003/05/15 고양이가 정말 좋은 이유 중의 하나. by 휘발성고양이

사이좋다

근근한, 일기 2008/05/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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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붙어서 자는 모습을 보기 쉬운 건 아니지만, 확실히 사이가 좋아졌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으면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일까. 게다가 서로 체형과 얼굴도 닮아간다. 싱크대에서 녀석들 밥을 만들고 있을 때 말없이 올려다보는 두 동그란 얼굴을 보면, 정말 너무나 형제같다. 두개의 동그란 얼굴. 네 개의 동그란 눈. 두개의 동그란 몸. 동그란 것들의 온화함. 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밤에 교대로 침대에 오르락 내리락, 내 얕은 잠을 방해하더니 새벽에 보니 침대 옆에 널부러진 가방들을 각각 하나씩 깔고 동그랗게 말려서 자고 있다. 그네들은 나의 섬. 둥둥 떠있는 나를 붙잡아준다. 그네들은 나의 문진. 날려가버리기 쉬운 나를 꼬옥 눌러준다. 내가 생활에 붙어있는 것은 씹다 뱉어 동그랗게 말아놓은 껌딱지같은 그들이 나와 생활 사이를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 연약한 접착성. 연약하기 때문에 이를 데 없이 강한 접착성이 없었다면, 지금쯤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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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

근근한, 일기 2008/02/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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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늘 심심해하던 스밀라는 요즘 바쁘다. 아픈 요도크가 집으로 왔기 때문이다. 하악소리 한번 없이, 슬몃슬몃 구경하며 주변을 맴돌던 두 마리는 이제 얼추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한 듯 하다. 그렇듯 서로 구경하는 독특한 관계. 덕분에, 스밀라는 요즘 내게 장난감 던져달라 놀아달라 조르지 않는다. 요도크에게 신경쓰는 것만으로도 꽤 피곤한 모양이다.

요도크에게 아기 기저귀를 채워 돌아다니게 뒀더니, 사진속에 스밀라가 앉아있는 빈백 소파에 올라앉아 얼른 배변자세를 취한다. 배변자세를 취했다곤 해도 기저귀를 차고 있으니 성과(?)는 없다. 그래도 줄기차게, 여기저기 천조각만 있으면 올라앉아 포즈를 취하는 요도크군. 병이 다 나아도 걱정이로구나, 멀쩡한 엉덩이에 계속 기저귀 차고 다니기 싫으면 알아서 스스로 관리해야 할텐데.

아픈 녀석 하나와 건강한 녀석 하나. 아픈 녀석과 건강한 녀석은 먹는 사료도 틀리고 화장실도 틀리다. 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아프지도 않은 건강한 스밀라가 수저로 떠주지 않으면 밥 안 먹겠다고 앙탈이다. 아이고 이것들아. 내 피가 마른다. 스밀라가 요도크를 간호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제발 자기 일은 자기 스스로들 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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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서 다행이야]의 3쇄(3쇄 맞나? 하도 오랜만에 찍는 거라 가물가물...) 표지갈이 때문에도 그렇고, 새로 연재하고 있는 사진에세이 때문에도 그렇고, 옛날 사진 뒤질 일이 많았다. 옛날 사진을 뒤지다보니 자연히 노루기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볼 때마다 눈물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이상한 일. 나도 모르게 아우, 와아, 감탄사를 신음처럼 흘리며 들여다보고 있다.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과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것. 내가 노루기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 사진 한컷 한컷에 내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찍는 사진은 정말 다르구나. 내 사랑에 내가 숨막힐 듯한 순간들을 만난다. 노루기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언제 시간내서 노루기 사진을 모아 웹이든 책으로든 앨범으로 묶어내야지. 그래야지. 괜히 꾹꾹 결심한다. 저도 모르게 모니터 화면을 향해 뻗는 팔을 거두면서. 이제는 온기도 부드러움도 남지 않았지만, 사랑에 가득 찬 눈동자의 기억만은 남아있다. 그것이 내 사랑이건, 노루기의 사랑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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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기. 소식을 전하려고 가장 마지막으로 찍은, 살아있을 때의 사진을 찾았어요. 아. 너무 예쁜 우리 아기. 병원 입원실에 있는 노루기를 향해 셔터를 누르고 나올 때, 그렇게 발이 안 떨어지더니. 결국 퇴원하기로 한 날 집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아침에 돌아눕듯 그렇게 죽었네요.

11월 1일이었어요. 아픈 동안 오히려 사진을 많이 못 찍었어요. 사진 찍으면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될까봐 못찍겠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걸. 하지만 후회가 어디 그것뿐이던가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오래 밤을 새어도 다 못 채울 후회의 목록들. 노루기의 유골함을 살아생전 좋아하던 자리인 창가에 올려놓고 뜬눈으로 계속 곱씹어보는 후회의 목록들.

그래도 그 최초에, 만나지 말았을걸 한 줄만은 절대 못 올리겠네요. 10년동안 노루기가 내게 준 것들이 너무 따뜻하고 무거워요. 10년동안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허공을 천천히 쓰다듬습니다. 이마를 몇 번, 콧등을 몇번, 분홍색 코를 한번 눌러주고, 입가를 몇번, 입가를 쓰다듬어줄 때 까끌한 송곳니의 감촉을 느끼고, 손이 입가에서 귀로 쓸려올라간 김에 귀를 만지작. 그리고 다시 이마로 올라간 손으로 등까지 길게 쓰다듬어주고, 엉덩이를 몇번 두들겨주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턱 밑을 긁어줬지요. 기분이 좋은 노루기가 발라당 드러누우면 배를 쓸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한 팔로 허공을 안고 또 한팔로 그 모든 순서를 기억하며 쓰다듬습니다. 그 안에 노루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아마 지금도,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루기가 떠나던 날 아침에 꿨던 꿈을 기억합니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내려가고 있었는데, 그중 한 집의 담과 문에 넝쿨이 늘어져있었어요. 나팔꽃 같은 꽃들이 잔뜩 피어있었는데, 꽃 송이송이마다 마치 등처럼 연하게 불 밝히고 있었지요. 꿈 속의 나는 "여기로구나" 하며 제집 찾아들어가듯 어두운 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두웠지만 무섭지 않았어요. 낡았지만 참 방이 많은 집이었지요.

나중에 다시 만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요. 우리는 충분히 같이 오래 행복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참 길고 깊이 행복했습니다. 그게 다였던 거지요. 다하였던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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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_책-뜯다 Books-pluck off_이미지속닥속닥)

이지현 ● 작가 이지현은 주로 국어, 국사, 도덕 같은 교과서를 뜯는다. 근래에는 본인의 태생과 비슷한 시기 흔적을 간직한 6~70년대 서적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더불어 성경, 악보, 사전 그리고 오래된 잡지도 자주 사용한다. 책은 사실이든 허구든 시대의 메시지를 담는다. 일순간도 놓쳐서는 안 될 역사를 빼곡히 기록한 책도 있고,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화려하게 포장된 책도 있다. 내용은 달라도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책의 본질이다. 작가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시대,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자신과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를 고스란히 투영한다는 책을 ‘뜯는 행위’는 작가에게 일정 부분 그 해답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 현대 회화에 있어 ‘그리지 않았다’라는 의미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단지 노동이란 전통적 회화의 용광로 속에 용해시켜 또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되는 것에 불과하다. 서양화가 전공인 작가는 “노동은 작업을 풀어가는 데 여전히 중심에 서 있으며, 부인하려 해도 부인 할 수 없는 작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작품에서 한 땀 한 땀 해체하듯 뜯어내는 행위야말로 대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행위이고 이로써 손에 의해 대상은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하게 된다. ‘뜯는다’는 것은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지극히 개인적 행위의 기록일 수 있다. 작가는 그리기를 거부함으로 지금껏 감춰진 이면이 드러나게 된다 생각한다. 즉, ‘뜯음’으로써 생기는 보푸라기 같은 ‘부유’하는 이미지는, 곧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떠도는(부유하는) 우리 시대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이미지 속닥속닥에서)


....우리고양이들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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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고양이에게 닭고기를 나눠주던 치킨집이 문을 닫더니, 한달여에 걸친 대대적인 공사 끝에 다시 오픈했다. 종목은 여전히 닭집. 그 집에서 먹여살리던 고양이들은 어찌되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한군데 목을 매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씩씩한 그들이 곧 파악했으리라 애써 위안한다. 살길을 찾겠지. 다른 길고양이들이 그러하듯이.

이놈 모양새를 보니 살길을 찾은 모양이다. 새 닭집 주인에게 엉겨붙어서. 예전에는 없던 나무발코니까지 생겼으니 어찌 좋지 않으랴. 근처의 차밑이나 내놓은 의자 밑에 숨어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나름 편하게 자리잡은 모습에 마음이 다 놓인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 있구나. 아는 척을 해도 여전히 뚱한 녀석이지만 저 밥주는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애교를 부리겠지. 대대적인 공사를 제 몸누일 곳을 만들어주기 위해 했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을 이 낙천적인 녀석들 덕분에, 퍽퍽한 생활에 괜한 훈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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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사진찍느라 수선을 피웠더니 잠깐 거울로 쳐다보고 다시 제 얼굴로 관심을 돌린다. 새초롬하고 남자손님이 오면 나보다 더 좋아하고 거울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천상 기지배 스밀라. 모른척하고 있다가 내가 책이라도 볼라치면 책앞에 턱하니 앉는 건 고양이의 특성이니 그렇다 쳐도, 품안에 안겨있을 때도 긴장푸는 법 없이 제 외모에 신경쓰는 건 가소롭고 신기하다.

그러더니 어제 밤에 피곤했는지, 아침에 스르륵 다가와 누워있는 내 가슴팍에 고양이 가죽처럼 납작 엎드려 잔다. 네 다리 뻗고 잔다. 신기해서 톡톡 두들겨보고 다리를 잡고 흔들어도 귀찮다는 듯 늘어지게 자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어맛뜨거라 발딱 일어나더니 튀어서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무방비로 곁을 준 게 부끄러워졌던 것일까. 잠시 후 베개 옆에 와 고개를 모로 돌리고 누워 선잠을 잔다. 응. 너 뒷통수도 예뻐. 한마디 해주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로 새초롬히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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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창가

근근한, 일기 2007/04/16 01:18

 

봄날이 되니 창가가 부산하다. 바람도 불고 햇볕도 내려앉고 봄냄새도 올라오고 새도 날아다니니 창가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가보다. 창가가 비기를 줄서서 기다리더니, 참지 못했는지 사이도 안 좋은 두 마리가 나란히 어깨를 붙이고 섰다. 서로 곁을 주지 않더니, 봄의 유혹이 더 강렬했던 모양.


봄이 되면 모두 사이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인다고 실제로 그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보이다보면 또 좋아지기도 하는 게 사이 아닌가. 우리들 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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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발견한 고양이의 법칙. 만약 고양이가 무릎위에 올라오거나 책상위에 올라와서, 자리를 못 잡고 어정어정 서성서성 거릴 때 빨리 마음을 정하게 해주는 방법.

왜 이런 방법이 필요하냐, 하면, 고양이의 발은 뾰족해서 무릎위에서 어정거릴 경우 무릎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빨리 고양이를 앉히는 것이 필요한데, 앉히려고 위에서 누르면 반항하는 것이 고양이의 법칙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또한, "지나가는" 고양이를 잡아두는 데도 유용하다. 내 무릎 위를 지나서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고양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싶다면, 무턱대고 힘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잡으면 도망가려는 게 또한 고양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고양이의 등가죽을 잡아서 아프지 않을 만큼 살짝 들었다 놓는다. 고양이는 움직이게 하려는 방향에는 저항하는 반항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로 들어올리려하면 자동적으로 바닥에 납작 붙게 된다.

그리고 한번 바닥에 붙은 고양이는 자신이 그곳에 앉으려고 했다고 스스로 믿어버리므로, 다른 관심사가 생길 때까지는 그 자세를 유지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사람도 그와 같을까? 나에게 찰싹 붙였으면 좋겠는 사람이 있으면, 살짝 밀어내면 된다든지. 저토록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고양이에게도 통하는 법칙이 있는데, 왜 사람은 그런 것이 없는 것일까?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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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모에 김진수씨가 퍼온 이미지를 또 퍼오다)

아하하, 보고나서 한참 웃은 그림. 고양이의 유머감각이라고 하면 웃기겠지만, 고양이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웃음의 주머니들을 나는 좋아한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유머감각은 풍부하다. 딴청피우기, 모른척하기, 의뭉스럽게 굴기, 호기심 가득하기, 뻔뻔스럽기, 천진난만하기, 즐거워하기.

고양아, 다 놀고나서 꼭 손씻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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