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인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82×227cm_2007
혼자있는 시간이 늘었다.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심정적으로도 그렇다. 거의 모든 만나자는 연락을 거절하고 웬만해서는 술자리도 가지 않는다. 엊그제 연락한 후배 영화감독은 거절당하자 "배우 스케쥴 잡는 것보다 만나기 더 어렵다"고 투덜거렸다. 미안하긴 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야 할 때가 언제고 아닌 때가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쨌든, 혼자 있어야 할 때다.
고양이를 간호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일이 많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만만찮은 이유지만, 내가 지금 혼자 있어야 될 때라는 기묘한 자각도 한 몫 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게 즐거워서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고통스러울 때다. 하지만 지금을 견디지 못하면 안 된다. 지금을 견디지 못한다면 아마도 나는 이후의 시간들을 사람들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며 살 거다. 이상한 예감이다. 경계가 가까웠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나 스스로를 가둔 섬은 천국이 아니다. 천국이라고 해서 더 견디기 쉬울 리는 없지, 그런 생각으로 혼자 벽을 보고 앉아있다. 사실 천국은 어디에도 없다. 유사천국과 모의천국들 사이에서 한 시절 잘 놀았으니, 지금은 어쨌든 혼자 견뎌보자.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이 어렴풋한 확신 속에서. 내 스스로의 손으로 씌운 엘리자베스 칼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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