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을 데리러 온 엄마와 아이들로 바글바글한 던킨도너츠에 혼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티벳 여행기를 읽다가, 사진 속의 여자아이를 끄적끄적 그려본다. 사진속의 여자는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인데 그림속의 여자는 세월의 연륜이 묻었다. 해맑은 미소를 도저히 따라 그려낼 수가 없다. 입꼬리는 올라갈듯말듯 주저앉는다. 천진난만한 미소. 보러 티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의 티벳은 환상이다. 내 머릿속에는 그들의 싸움이 들어있지 않다. 나는 부러 그들의 초연함만을 보려 한다.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티벳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의 티벳이건 환상의 티벳이건 나는 한발자국도 떠나지 못한다. 떠나지 못하고, 남루한 던킨도너츠에 앉아 찢어낸 수첩 낱장에 남루하게 사진이나 모사해 그리고 있으니. 이 계절의 서울이 잘 닦인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 생경하다. 정말, 티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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