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래도 환경에 있어 아주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위안할 때가, 바로 중고 옷을 살 때다. 이미 길이 든 옷을 좋아하는데다 싸기도 하니 중고옷은 내 성정에 잘 맞기도 하거니와 "나는 지구 환경을 위하고 있어"라고 스스로 납득하기에도 괜찮다. 사실 옷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니, 남는 옷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지구를 구하는 옷"을 입고 나왔다. 어제 친구가 안입는다고 준 빨간색 가죽잠바에, 예전에 친구가 안 맞는다고 준 리바이스 청바지에, 언젠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가죽 부츠. "지구를 구하는 옷"을 입고 나왔다 생각하니 왠지 망토 펄럭이며 한손 높이 뻗고 하늘이라도 날아야 할 듯 하다. 사무실에 출근하니,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산 지구를 구하는 옷들이 한박스 도착해있다. 흐뭇하게 이것저것 입어본다. 지구를 구하기 참 쉽구나. 언젠가는 슈퍼맨의 영웅복장도 중고시장에서 살 날이 올까.
'근근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화공포증의 원인을 찾아내다. (6) | 2008/02/08 |
|---|---|
| 사진을 읽다 (4) | 2007/12/24 |
| 지구를 구하는 방법 한 가지 (8) | 2007/12/14 |
| 노루기의 사진을 들여다보다 (2) | 2007/12/13 |
| 밤산책 (8) | 2007/12/11 |
| 연말 (4) | 2007/12/10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