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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화가 싫다. 문자메시지는 내게 구원의 손길이다. 전화기를 들고 "적정시간"이 지나가면, 나는 괴로워지고 포악해지고 패닉상태에 빠져버린다. 죽어버릴 것 같다. "전화만 끊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이를 갈고, 울고, 상대방에게 본의아닌 폭언을 퍼붓게 된다. 그러므로 나와 관계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화를 못 끊게 하는 것. 가장 상습적으로 그런 짓을 하는 엄마와 아직 모녀의 연을 끊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지만, 아마도 그런 "전화폭력"이 없었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좋은 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전화가 문제가 아니라 전화받는 자세가 문제일수도 있겠다. 핸즈프리로 바꾸거나 누워서 수화기를 머리와 침대 사이에 둔 채 팔을 자유롭게 놔두면 그나마 좀 나아지니까. 통화가 오래 되면 전화기를 든 팔이 부자연스럽게 꺾인 채로 굳어버리고, 그 채로 오래도록 움직이지 못한다. 전화를 싫어하는 것은 묶여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일직선상에 있는 감정인가보다. 손이 묶여있고, 통화내용에 신경써야 하니 머리가 묶여있다.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패닉상태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않나.

묶이는 것, 힘에 의해서든 환경에 의해서든 제압당하는 것. 그것이 내가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일이다. 전화는 그중 가장 부드러운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강제로 묶는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그것이 폭력인줄 모르고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그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 이미 그 말을 해줘야 할 때쯤 되면 꺽꺽 넘어가고 횡설수설하게 되는데. 아예 전화기 컬러링에 경고문구를 삽입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제발 내게 1분이 넘어가는 통화를 강요하지 말아다오. 전화를 간신히 끊을 때마다 수화기를 집어던지고 캑캑거리고 울어버렸던 순간들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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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발성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