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진_낙장불입_embossed works on wood_45 x 45cm_2006
땀에 젖은 손으로 고스톱을 칠 때처럼, 손에서 패가 잘 떼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끈적한 체액이 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머리로 모든 상황이 파악된다고 해서 몸이 냉큼냉큼 따라가는 건 아니다. 몸이 냉큼 따라가기는 커녕, 뇌하수체에 무겁게 매달리기도 한다는 걸,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다.
짧은 낮잠 내내 악몽을 꾸었다. 악몽을 꾸었다기보다는, 불편한 심기가 묵직하게 눌러댔다. 천천히 명징한 정신이 돌아오면서 내가 처한 상황이 내 심기만큼이나 복잡다단하고 불편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럴 땐 눈 뜨고 차근차근 헤아리는 것이 필요한데, 몸은 자꾸 눈을 감고 외면하라 한다. 편치않은 심기를 고스톱판의 담요처럼 깔아두고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패를 내던져야 하는 악몽같은 게임판으로 돌아가라 한다.
낙장불입, 낙장불입. 버릴 것은 버리고 헤아려둘 것은 헤아려두어야 한다. 차근차근 끝낼일은 끝내고 끝내야 하는 일은 끝낼 일정을 잡아두어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모든 일들은 시작할 때가 되면 또 시작한다. 쌓아둔 더미에서 새 패를 가져오듯, 매일의 일상이 내게 착실하게 배달해주는 것들을 받아두려면, 버려야 할 게 많다. 손바닥을 허벅지에 슥슥 문대고, 다시한번 호기롭게 던진다. 던진 패는 잊어버리는 게 수다. 이미 머리로는 알고있는 일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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