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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7 티벳에 가고싶다 by 휘발성고양이 (4)
  2. 2007/04/13 내가 꿈꾸는 골목길 by 휘발성고양이 (21)
  3. 2007/03/30 약도 by 휘발성고양이
  4. 2006/06/23 기억의 조작 by 휘발성고양이
  5. 2006/02/07 삼년 전의 그림 by 휘발성고양이
  6. 2006/01/24 만화같은 사고를 당하다 by 휘발성고양이
  7. 2005/06/02 오랜만에 그림 그리다 by 휘발성고양이
  8. 2005/02/04 그림모임을 시작하다 by 휘발성고양이
  9. 2004/03/19 고양이의 법칙_1 by 휘발성고양이
  10. 2004/01/14 설경구를 그리다 by 휘발성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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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을 데리러 온 엄마와 아이들로 바글바글한 던킨도너츠에 혼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티벳 여행기를 읽다가, 사진 속의 여자아이를 끄적끄적 그려본다. 사진속의 여자는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인데 그림속의 여자는 세월의 연륜이 묻었다. 해맑은 미소를 도저히 따라 그려낼 수가 없다. 입꼬리는 올라갈듯말듯 주저앉는다. 천진난만한 미소. 보러 티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의 티벳은 환상이다. 내 머릿속에는 그들의 싸움이 들어있지 않다. 나는 부러 그들의 초연함만을 보려 한다.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티벳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의 티벳이건 환상의 티벳이건 나는 한발자국도 떠나지 못한다. 떠나지 못하고, 남루한 던킨도너츠에 앉아 찢어낸 수첩 낱장에 남루하게 사진이나 모사해 그리고 있으니. 이 계절의 서울이 잘 닦인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 생경하다. 정말, 티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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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잡지에 청탁받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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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어눌한, 그리기 2007/03/3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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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슥슥 그린 약도.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온 휴지 위에 잉크가 번질까봐, 조심조심 선을 긋고 점을 찍는다. 여기는 어디, 여기는 어디, 입으로 말해가며 점을 찍다보니, 나무들도 자리를 잡고 건물도 자리를 잡고 로터리도 자리를 잡았다. 왠지 약도를 그리다보니 찡하고 애정이 올라온다. 내가 딛고 있는 땅에 대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그 동네의 나무에 대해. 그 동네의 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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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그 신발 왜 안 신고 다녀?"라고 물었는데, 그 신발이 뭔지 얼른 떠올릴 수가 없었다. 동료는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림의 오른편) 그러나. 내게 외국의 어디에선가 사온 연한 녹색의 두꺼운 재질로 만든 발목까지 오는 장화(그는 손으로 높이도 알려줬다)는 없다. 동료는 "비오는 날 신겠다고 샀잖아"라 말했다. 하지만 내가 비오는 날 신으려고 산 것은 하나밖에 없는걸. 일본의 캣츠스트리트에서 산 신발은 흰색의, 뒤꿈치가 없는, 측면에 구멍이 나 있는 샌들이다.(그림의 왼편) 설명해주자, 그는 말했다. "응. 바로 그거."

어디서 연상되었는지 알 수 없는 녹색의 장화는, 그러므로 내 흰색 샌들의 또 다른 이미지가 되었다. 두겹의 신발처럼 두 개의 이미지를 신는다. 가끔 엉뚱한 기억의 장난. 그 장난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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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다이어리의 갈피에서 삼년전에 그린 그림을 찾아낸다. 지금은 바뀐 더테이블에서 내다본, 지금은 없어진 이끼의 그림이다. 이제는 없는 풍경. 그러나 그 풍경을 그리던 시간은 남아있다. 납작하게 눌려서 남아있다.

벽에 붙이고, 또 하나의 창으로 삼는다. 내게는 창이 필요하다. 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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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발성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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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다가,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더러운 상자에 맞았다. 빈 상자였지만 청테이프로 밀봉되어 있던 상자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나는 내 머리로 상자의 바닥을 뚫고 또 상자의 윗쪽을 뚫은 뒤에, 잠시 어리벙벙하게 서 있었다. 건물 5층의 옥상에서 빈 상자를 길바닥으로 던지며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아가씨 괜찮아요?"를 외치는데,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비분강개해서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어떡하나"를 외치는데, 나는 너무 어이없고 아프고 정신없고 어떡해야 할지 몰라 끼잉끼잉 거리는 소리만 냈다. 진정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외치고 싶은 어이없음.

몸이 놀라서 목뼈와 등뼈와 오른쪽 정강이뼈까지 끼익끼익거리며 아픈데도, 이 만화같은 상황을 얘기하면 다들 웃는다. 불쌍해 하지만 눈은 웃고 있다. 다 알고 있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웃음이 난다. 지난 일들이 다 그러하듯이.


오늘 밤 잘 때는 고생 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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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발성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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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일종의 슬럼프를 거쳐

한 장의 그림을 그려낸다.

보고 그리는 것보다 상상으로 그리는 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맞나

꼬물꼬물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든다.


뜬금없이, 여행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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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발성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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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침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던 사람들과, 그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과 조촐한 그림모임을 갖기로 하다. 매주 한번씩, 느슨하지만 창의적인 자리. 여러 종류의 종이를 늘어놓고 갖가지 펜들을 실험하며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는 자리. 그 중에서 제일 경험 없고 잘 못그리는 나는 굳어진 손을 탓하다 샛길로 빠지기 일쑤다. 그래도 좋다. 오랜만의 이 자유로운 분위기.생산보다 과정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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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발견한 고양이의 법칙. 만약 고양이가 무릎위에 올라오거나 책상위에 올라와서, 자리를 못 잡고 어정어정 서성서성 거릴 때 빨리 마음을 정하게 해주는 방법.

왜 이런 방법이 필요하냐, 하면, 고양이의 발은 뾰족해서 무릎위에서 어정거릴 경우 무릎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빨리 고양이를 앉히는 것이 필요한데, 앉히려고 위에서 누르면 반항하는 것이 고양이의 법칙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또한, "지나가는" 고양이를 잡아두는 데도 유용하다. 내 무릎 위를 지나서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고양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싶다면, 무턱대고 힘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잡으면 도망가려는 게 또한 고양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고양이의 등가죽을 잡아서 아프지 않을 만큼 살짝 들었다 놓는다. 고양이는 움직이게 하려는 방향에는 저항하는 반항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로 들어올리려하면 자동적으로 바닥에 납작 붙게 된다.

그리고 한번 바닥에 붙은 고양이는 자신이 그곳에 앉으려고 했다고 스스로 믿어버리므로, 다른 관심사가 생길 때까지는 그 자세를 유지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사람도 그와 같을까? 나에게 찰싹 붙였으면 좋겠는 사람이 있으면, 살짝 밀어내면 된다든지. 저토록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고양이에게도 통하는 법칙이 있는데, 왜 사람은 그런 것이 없는 것일까?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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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발성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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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 누군가 나에게 예수님의 "사진"을 선물했다. 진흙탕 위를 아무 생각 없이 찍었는데 그 사진에 예수님의 형상이 나타났다는 "전설"이 있는 사진이었다.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명암과 요철이 오묘하게 조화된 그 사진에 나는 매혹되었고, 둔한 펜으로 열심히 따라 그리곤 했었다. 크리스마스 카드용으로 그린 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 양이었으리라.

흑과 백으로 둔탁하게 다시 묘사된 설경구를 그리면서 그때의 묘한 열중의 온기를 느낀다. 백만년만에 꺼낸 물감과 붓은 낯설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세필붓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고자 연습삼아 몇 장을 끄적이다가 설경구의 얼굴윤곽을 그리면서 비로소 그림의 흡입력에 빠진다. 웅크린채로 입을 벌리고, 눈이 뚫어져라 종잇장 위를 응시하는 나. 벌레처럼 흉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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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휘발성고양이
TAG 그림,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