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라_Talking with the wall as contemporary perspective 2008
_벽에 페인팅, 실크 스크린_가변크기_2008_이미지속닥속닥
이사오고 난 뒤 식생활이 흐트러졌다. 거의 안 먹거나, 라면이나 냉동식품 등의 인스턴트로 때우거나, 아니면 맥주안주로 대충 채운다. 내가 흐트러졌으니 고양이들은 말해 무엇할까. 아침저녁으로 생식과 처방식 캔을 주던 게 종종 건너뛰고 사료로 대치된다. 먹고싶은 것도 없고 먹을 의욕도 없다. 몸이 점점 스펀지처럼 된대도 할 수 없는 일.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맞다면, 쓰레기같은 걸 먹으면 쓰레기같은 것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나마 대학로에 살 때는 소박하더라도 건강에 좋다는 걸 챙겨먹었는데 그날들이 아득하다. 형부의 관찰에 의하면 살도 많이 빠지고 생기도 사라졌다는데, 살빠진거야 그렇다쳐도 생기가 사라졌다는 말에 깜짝 놀란다. 그럴 수야 없지, 그래서야 안 되지.
현미와 잡곡을 씻어서 물에 담가둔다. 내일은 뭔가 밥을 해먹어야지. 아침을 먹어야지. 밥먹기 귀찮으면 동양방앗간에서 사둔 떡국떡을 넣어 미역떡국이라도 끓여먹어야지. 챙겨먹는 걸 귀찮다 하지말자. 먹기위해 사는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먹는 것도 사는 것의 일부. 탄력있는 삶을 원한다면 먹거리부터 바싹 챙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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