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한장과 그에 따른 글, 혹은, 글과 그것을 그려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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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씨와 격주로 연재합니다. 새해의 새 프로젝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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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이 문을 닫는다. 이후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QOOK 사이트에 써 오던 전시평을 접는다. 전시는 꾸준히 보러다닐테지만, 이제 그 소소한 감상은 어디다 풀어놓을지, 궁리중이다.

마지막 글은,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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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강한 집에 기가 약한 사람이 들어가 살면 죽어나오고, 기가 더 강한 사람이 들어가 살면 부자가 되어 나온다 했다. 사람뿐이랴. 장소를 이기지 못하면 그 장소에 머물지 못하는 것은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

낭만적 부락, 아니 보안여관에 다녀와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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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전화가 오기 전까지 이불속에 웅크리고 누워 한창 꿈을 꾸고 있었어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죠. 어둡고, 참 어두운 길. 낮고 작은 집들이 길 가에 조르르 늘어서 있는, 그런 골목이었어요. 그 집들 중 하나였죠. 야트막한 나무담장 안쪽으로는 작은 마당이 있고, 정면에 현관이 보였어요. 마당에는 나팔꽃인듯, 덩쿨식물이 벽을 따라 흐르고 있었죠. 벽 위로, 담장 위로, 꽃등이 늘어져 있었어요. 말 그대로 꽃등. 꽃마다 희미한 빛을 켜고 있었죠. 연보라색의 수많은 등이 오롯이 그 집만을 밝히고 있었어요.

그래서 알았어요. 이곳이구나, 라고요. 저는 마치 우리집에 들어가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갔죠. 그곳이었어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죠. 그때 전화가 왔어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죠. 제 고양이가 입원해있는 병원의 원장선생님이었어요. 그날 퇴원하기로 한 날이라, 저는 잠에서 막 깬, 그렇지만 명랑한 목소리로 말 했죠. "아 선생님, 그렇잖아도 전화드리려 했어요. 오늘 퇴원을 몇시쯤...." 하지만 선생님이 전화하신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어요. 제 고양이가 막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전하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야하는 전화였죠.

그날은 11월 1일. 전날 할로윈 파티로 신나게 놀고 난 참이었죠. 입원하고 매일매일 찾아가다가 하루 건너 뛴 게 하필이면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답니다. 다음날 퇴원하기로 했으니 마음이 해이해진 거였죠. 제 고양이는 오지 않는 저를 궁금해했을까요? 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았을까요? 달려갔을 때, 아직 제 고양이는 따뜻했어요. 그래요. 저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답니다. 죽지 않을 거라고,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 뿐이었죠.

겨울이 지나고 그 다음해 설이었어요. 제 곁에 남아있던 또 다른 고양이가 심하게 아팠어요. 급하게 병원을 알아보는 사이, 저는 너무나 명백한 상실의 예감때문에 바들바들 떨었죠. 친구들은 나와 고양이를 차례로 차에 밀어넣고,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친구들은 고양이를 수술하는 동안 저를 답싹 들어다가 집에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여주었지요. 이불을 폭 덮어서 소파에 다독다독 재우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같이 있어주었답니다. 고양이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건 밤 열두시가 넘어서였어요. 제가 그 소식을 듣고 웃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고양이는 다시 제 곁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온 그날부터였나봐요. 참 고맙더라고요. 밥을 먹으면 밥을 먹는 게 고맙고, 화장실 가면 화장실 가는 게 고맙고. 계속 살기위해 애쓰는게 고맙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게 너무너무 고마운 거에요. 회복의 과정도 쉽지 않았답니다. 오랫동안 끼니때마다 밥을 수저로 떠 먹여야 했어요. 제 입으로는 안 먹어도, 수저로 떠먹이면 꼴깍꼴깍 받아먹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눈물이 다 글썽할 지경이었죠.

그 전해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도, 지금도 병과 싸우고 있는 고양이도 열 살이 넘었어요. 장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지는 않은 나이죠. 같이 있을 시간이 같이 있었던 시간보다 더 짧겠죠. 살가웠던 관계일수록, 끊어내기가 더 쉽지 않은 법이잖아요. 하지만 하루를 살면 하루가 더 짧아지는 건 명백한 사실이죠. 우리는 지금, 헤어지는 순간을 향해서 착착 발맞추어 걸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아침에 눈을 떠 고양이를 볼 때마다 뭉클하게 올라오는 이 고마운 감정. 어느 날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지금 살아남은 고양이에게 고마운 만큼, 그 전해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에게 저는, 배신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그건 아니었어요. 덕지덕지 묻어있는 죄책감, 최선을 다해 돌봐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슬픔, 상실감...이 모든 감정들을 살살 걷어내고 보니, 그 아래에도 단단하게 고마운 마음이 도사리고 있더라고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고마와하고 있어요. 내 곁에 살아서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같이 누렸던 시간에 대한 고마움은 옹골차게 내 마음속에 꽉 들어차 있었죠.

그 전까지만 해도 저는, "고맙다"는 감정은 누가 나에게 뭔가를 해줬을 때 생기는 건 줄 알았어요. 사탕을 주면 고맙고, 밥을 사주면 고맙고, 돈을 주면 고맙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를 위해 뭔가를 하는 이들, 그들에게 의당 가져야 하는 댓가성 감정인 줄 알았죠.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제가 아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줘서 고맙고, 자기 삶의 일부를 떼어내어 나와 얼굴 맞대고 지내준 그 시간들이 고맙고, 그들의 심장이 통통통 여전히 잘 뛰고 있어서 고맙고...그리고 고맙더라고요. 이미 돌아가신 분들께도요. 돌아가실 때 크게 고생을 안 하신 것이. 돌아가시면서 온데 사람들을 한데 모아 서로 속내깊은 얘기를 나누게 해준 것이. 돌아가시고서 화창했던 날들에 대해서 즐겁게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니, 살아계실 때나 돌아가셨을 때나 여전히, 그 분이 나와 맺고 있는 관계의 따뜻함이.

그리고 이제 와, 어렸던 나에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던 어른들을 떠올려요. 그때는 무엇이 그분들 표정에 진심을 우러나게했는지 몰랐죠.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네요. 아이들의 고마움. 그들의 팔딱팔딱 뛰는 조그만 심장에 대한 고마움. 어른들에 대한 고마움. 그들의 익숙한 손길에 대한 고마움. 짝, 하고 옹골찬 소리를 낼 때, 오른손에게 느끼는 왼손의 고마움. 작은 고양이에서 시작했던 마음은 뭉클뭉클 잘도 새끼를 낳더군요. 준 것과 받은 것의 양을 가늠하던 옹졸한 마음이 뜨거운 물 속의 라면스프처럼 붉게 퍼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괜찮겠더라고요.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고양이가 기어코 무지개다리를 건너도. 몇년이 될지 몇십년이 될지 모르는 어느 때에, 아, 이제 됐다. 나 잘 살았으니 이제 그만 쉴래, 라고 결정해도. 그래도 고마운 마음엔 한줄 금도 안 가겠더라고요. 우리가 같이 지낸 시간들이 이토록 충만하게 고마운데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그래서, 괜찮겠더라고요. 고맙더라고요. 괜찮아서, 고맙더라고요.


-----------------------------------------


저 글을 쓴 게 몇년 전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저 글에 나온 살아남은 내 고양이가 다시 아프다. 처방식을 먹이다가, 괜찮을 듯 해 날닭고기를 첨가해먹이다가, 괜찮길래 어디선가 줏어들은대로 미숫가루를 섞어먹였더니 상태가 나빠졌다. 며칠째 어지러운지 잘 걷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거 달라고 내가 부엌에 가면 비틀비틀 쫓아온다. 너, 처방식 말고는 안돼. 단단하게 일러도,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두눈 그렁그렁 해서 쳐다본다. 그 눈동자...

엊그제 수해를 당했다. 옆집의 수도가 터져서, 일어나 보니 내 방에 물이 가득 찼더라. 매트리스는 아예 버릴 작정을 했고, 일기와 책들은...어쩔 수 없다. 쓸 수 없게 되었다. 물을 퍼내고 나니 몇 년 전에 당했던 수해가 떠올랐다. 그때는 윗집의 수도가 터졌었다. 천정에서 주룩주룩 물이 쏟아졌다. 한겨울, 새벽 네시. 차단기가 내려가 보일러도 전기장판도 안 되는 냉골의 방에서, 젖은 이불들 사이에 동그란 쿠션 하나 놓고 동그랗게 몸 말고 아침까지 짧은 잠을 잤다. 그때 내 품안에 같이 동그랗게 말려있던 고양이는, 지금 없다. 그날을 생각하며 짧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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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전

설핏한, 보기 2009/12/19 22:07

우리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다, 는 명제는 이제 식상하다. 우리모두가 얼굴을 갖고 있다는 말 만큼이나 당연하고 쓸데없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얼굴이 있다는 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서로의 촉수를 내밀어 접촉하듯,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내밀어 관계의 공간을 만든다. 그 개인적이고 유일무이한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마스크전에 다녀와서, 이런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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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꿈

근근한, 일기 2009/12/18 17:29


2008년에 꼭하나 하고 싶은 것

제대로 된 잠적을 하고 싶다. 가능하면 6개월쯤?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옛날부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네트워크" 위에서 내내 산 듯하다. 어떨 땐 줄타기하듯 위태롭게, 어떨 땐 해먹 위에서 낮잠 자듯 여유롭게. 하지만 아무리 쫀쫀하게 짜여진 해먹이라 해도 공중에 있기는 마찬가지. 공중에 있어야만 안심되는 삶이라니. 날개를 타고나지 도 않았으면서. 좀 기형적이지 않은가.
 
물론 잠적이라는 거, 생각보다 쉽다는 것 알고 있다. 여기를 끊으면 저기서 놀고 있겠거니 짐작하고, 여기를 끊으면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망각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아왔으니까. 나는 어디에나 있음과 동시에 아무데도 없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고, 그닥 밝지 않은 의미에서 내 바램의 상당수는 이루었다. 그러므로 내가 없더라도 내가 어딘가는 있겠지라고 그들은 생각할 터이다. 아. 사랑스럽기도 하지.
 
어디로 갈 건지 어떻게 살 건지 따위는 물론 전혀 생각해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만약 잠적을 한다면, 그동안은 맨발로 살아보고 싶다. 깡총깡총 뛰기는 힘들겠지만 타박타박 걸을 수는 있겠지. 적어도 "1년간 중국산 쓰지 않기"보다는 더 현실감있는 바램이지 않을까.

어디엔가의 청탁으로 썼던 짧은 글인 듯하다. 2008년에 접어들면서 꼭 하고싶은 일 한 가지로 잠적을 골랐다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놓고 한시절 잘 놀았다. 잠적은 커녕, 여기저기 얼굴도장 찍어가면서. 지금 와서 또 일년의 바램을 말해보라면 무엇이 될까. 적어도 잠적은 되지 않을 듯 하다. 여기가 좋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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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독하게 썼지만, 사실은 저런 병풍하나, 집에 갖고 싶었다. 새가 날고 물결이 찰랑거리는 병풍. 눈이 오고 비가 내리는 병풍. 계절이 바뀌는 병풍. 저 혼자 알아서 살아가는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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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 사랑받았던 한 남자  (6) 2009/11/10
Posted by 휘발성고양이


아마도 작가가 들었다면 즐거워할 소식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한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에서 눈을 못 떼고 정신못차리며 웃어댔다는 것은. 나는 참을성많은 점잖은 개들이 선한 눈을 뒤룩뒤룩하며 연기하는 비디오작품 '알파벳 수프'앞을 떠나지 못하고 A에서 Z까지 모조리 보았다. 그는 평단부터 대중들에게까지 폭넓게 인정받는 작품세계를 가졌다고 인정받는 작가인데,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그가 그의 작품세계의 핵심에 "재미"를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는 예술가연하는 점잖빼는 태도를 가지지 않은 드문 재능의 작가다. 

아 물론, 그의 예술적 아바타인 강아지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겠지만.

그리하여 돌아와, 나는 이런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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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잭슨, 사랑받았던 한 남자  (6) 2009/11/10
올리퍼 엘리아슨의 세계  (2) 20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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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_놀이)

돌이켜보면,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품은 한없이 좁고 긴 나무판 위를 기어올라가는 목탄소년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목탄소년을 찍은 짧은 애니메이션과, 그 배경이 된 좁고 긴 나무판이었지요. 작가는 목탄으로 사람을 그린 뒤 찍고, 지웁니다. 그 바로 위에 또 조그만 사람을 그린 뒤 찍고, 지웁니다. 그 다음에...그렇게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은 사람의 뒤에 지운 흔적들을 거뭇하게 남기지요. 그 작가가 맞았어요. 우리네 과거란 것도 거뭇한 흔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니까요.

마음에 담아두고서는, 작가명도 작품명도 적어오지 않았습니다. 바보, 바보.
그 대신, 찍어온 사진들로 이런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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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는 조건으로 그 사람의 재능과 실력을 눈여겨보고,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의 재능과 실력"을 좋아하는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바로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다시말해 내 글을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 외의 다른 것들 때문에 좋아한다고 하는 건 진정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재능, 그 이외의 것들은 '돈'이나 '미모'처럼 허무한 것이니, 그렇듯 허무한 것으로 인해 촉발된 사랑이란 또 얼마나 허무할 것이냐. 그렇게 생각했다. 

그 생각에 문득 의문이 든 건 최근이다. 뭔가 나, 비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사람의 재능이나 실력 따위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닐까?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한한 사랑을 받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던 내 개인적 경험 때문에. 뭔가를 잘 해야만 주목받고 인정받고 그나마 사랑받을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던 어린시절 때문에. 그리하여 내 존재 자체가 아닌 알량한 재능 따위를 내세워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어느순간 믿어버리게 된 건 아닐까?

그리고, 마이클잭슨을 본다. 눈물나게 사랑받았던 남자의 한 시절. 사람들은 마이클잭슨과 공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긴장감과 애정으로 눈이 촉촉하게 젖고 목소리가 떨린다. 마이클, 어떻게 해줄까. 마이클, 말만 해. 네가 원하는 걸 표현만 해준다면, 우리는 뭐든 해줄 수 있어. 깊은 애정이 종교처럼 휘몰아친다. 그 한가운데, 그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천재라서 받을 수 있는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마이클잭슨 월드에서는..."이라거나 "이게 바로 마이클잭슨의 방식이죠"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가득 찬 자부심과 애정을 생각한다.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 마이클이 왔어, 마이클이...라고 말할 때의 고조되는 기대감. 마이클잭슨월드는 오로지 그의 천재성만으로 구축된 세계이고, 그의 재능과 능력만으로 세워진 거대한 성이다. 사람들은 그와 같이 있다는 것 오직 하나만으로 벌써 다른 경지로 끌어올려진다. 아. 그런 남자.

역시 그렇다. 나는 이유없는 사랑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내가 존경할 수 없다면 나는 사랑할 수도 없다. 존경받지 않는다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오랜세월 단단히 굳어져버린 내 사랑관이란. 그 한가운데 강철같은 못을 박고 간다. 마이클 잭슨. 사랑받았던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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